우리는 부드럽고 볼륨감 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효모(yeast)를 사용한다.
효모의 종류에는 인스턴트드라이 이스트, 생이스트, 사전발효반죽을 포함한 천연발효종 등.. 여러 가지가 있어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효모의 역할은 빵의 크기를 키우려는 게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빵을 구매해서 단순히 팽창만 시킨 밀가루반죽을 먹고 싶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글에서는 이스트를 사용한 발효의 관점에서 조금 더 깊이 설명해보려 한다.
1. 이스트의 먹이 : 분해 가능한 당, 오토리즈
이스트는 당분을 먹고 활동한다. 물과 밀가루가 만나게 되면 밀가루 안에 들어있는 전분을 이스트 안에 있는 효소가 더 작은 단위인 당으로 분해하게 되면 그걸 영양분 삼아 발효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때 이스트가 없어도 물과 밀가루를 반죽하면 밀가루 속에 있는 효소에 의해 스스로 전분을 당으로 분해하는데 이것이 바로 오토리즈(autolyse)이며 자가분해를 의미한다.
(밀가루 속에도 단백질이 존재하고, 모든 단백질 안에는 효소가 존재한다.)
다만 효소가 당을 분해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경우엔 맛에는 영향을 줄순 있지만 넣은 만큼 분해가 덜 돼서 발효에 100% 영향은 주지 못할 수도 있다.
2. 이스트 활동에 따른 부산물 : 맛과 팽창
이스트는 효소가 분해한 당을 먹고 여러 가지 부산물들을 형성해 내는데 탄산가스(이산화탄소), 알코올, 기타 맛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물들을 만들어낸다.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이 생겨나면서 글루텐 조직 속에
가스들이 쌓이게 되고 이로 인해 빵의 부피가 점점 커지게 된다.
당을 먹이로 삼아 복합물을 생성하는 과정 외에도
밀가루 속의 단백질을 더 작은 단위인 아미노산으로 분해하고 결합시키는 과정 속에서도 맛이 생겨나고
(우리가 알고 있는 MSG가 아미노산이 재결합한 형태이다)
공기 중에 있던 박테리아들(유산균, 등…)이 밀가루 속의 당분과 섬유질을 먹고 활동하면서 생겨난 풍미도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강력분을 사용한 빵과 프랑스 밀가루(T65, T55, T45, 등..)를 사용한 빵의 풍미차이가 큰 이유는 밀가루 속에 포함된 섬유질의 정도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3. 부산물을 잡아두기 위한 구조물 : 글루텐
이때 효모와 박테리아가 활동을 아무리 잘해도 형성된 맛성분과 가스들을 잡아두지 못한다면, 발효에 들인 긴 시간이 전부 의미 없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최대한 많은 가스들과 맛성분들을 포집할 수 있도록 빵의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어야 된다.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의도적으로 반죽구조를 덜 잡을 수도 있지만, 이건 빵의 구조를 너무 잘 잡아서 질겨지는 경우를 피하기 위한 방법이지
초심자가 글루텐 구조를 덜 잡으려 한다면 아예 볼륨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초심자는 무조건 반죽의 볼륨이 크게 팽창하게끔 연습하는 게 좋다)
4. 이스트 이외의 팽창제
: 제빵계량제(S-500), 베이킹파우더, 베이킹소다
위 재료들을 사용하면 이스트를 쓰지 않고도 빵의 볼륨을 더 크게 키울 수도 있고, 이스트와 같이 사용하면서 더 빠른 시간 안에 빵의 볼륨을 키울 수도 있다.
베이킹파우더나 베이킹소다는 스펀지 같은 빵을 만들 때 사용되는 재료로, 맛을 내는 방식이 발효가 아니라 계란이나 바나나, 향신료등의 부재료로 맛을 내기에 크게 다루지는 않겠다.
주변의 빵집에서 빵을 사 먹을 때 거의 모든 빵집에서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재료는 제빵계량제(S-500)다.
제빵계량제는 반죽의 글루텐 구조를 더 강화시키고,
기타 당분을 포함하고, 발효를 촉진시키는 이스트의 비타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종류의 빵을 구워내야 그만큼 매출이 나오는 빵집의 특성상 제빵계량제를 써서 빵의 볼륨을 단시간에 올려서 생산할 수 있으니 안쓸이유가 전혀 없는 게 사실이다.
가정에서 빵울 구울 때도 제빵계량제를 쓰면 비교적 쉽게 볼륨을 키울 수 있고, 과발효가 된 경우에도 그 구조를 나름 잘 유지시켜 줘서 맨 처음 제빵을 하는 경우에는 감을 잡는데 도움을 줄수도 있다.
5. 제빵계량제(팽창제)가 맛에 끼치는 영향 : 밀가루맛
(1)그럼 제빵계량제를 넣으면 빵맛이 안 좋아지는 걸까?
안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더 좋아질 여지도 없다.
빵에 맛이 생겨나는 과정 첫 번째는 단백질과 당분의 분해이다. 분해가 돼야 이스트가 이를 먹고 발효를 해서 여러 가지 복합물들을 형성하는데, 분해가 안 돼있으면
발효에 쓰일 연료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계량제에는 밀가루에 있는 당분 말고도 다른 당분을 첨가해 놨기 때문에 이스트가 그걸 먹고 빠르게 활동할 수 있다.
(2) 이스트가 어쨌든 당분을 먹고 발효했으니 문제없는 거 아니냐?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위 글에서도 설명했듯 맛을 만들어 내는 건 이스트뿐만 아니라 박테리아(유산균)도 많은 영역을 차지한다.
(사실 이스트보다 훨씬 더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이스트의 활동으로 인한 볼륨감과 박테리아의 활동으로 인한 맛의 형성이 조화를 이뤄야 맛있는 빵이 나오게 되는데
이스트를 많이 넣거나, 제빵계량제를 사용하는 건 쉽게 말해 무지성으로 팽창만 시켜놓고 맛은 하나도 발달을 안 시켜놓은 상태이다.
부제가 밀가루맛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밀가루가 가진 전분을 더 작은 당으로 분해시키고, 단백질도 더 작은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면서 새로운 향과 맛이 생겨야 되는데
그저 팽창만 활발하게 이뤄지다 보니 밀가루의 풋내가 남아있으면서 맛있는 향도 없는 상태가 된다. 그렇기에 일반 빵집에 팥빵이나 기타 부재료를 넣은 빵들이 많은 이유도 이런 풋내를 가리기 위함이 크다.
또한 효소활동이 이뤄지지 않은 빵이다 보니 먹었을 때 소화하는데도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니 배탈 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6. 빵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시간이다.
제일 좋은 건 계량제(팽창제)를 안 쓰고 빵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 빵반죽을 만지면 어떤 게 잘 잡힌 반죽인지 감을 잡기 어려우니 처음엔 계량제를 사용해 빵을 만들다가 서서히 계량제도 쓰지 않고 이스트양도 줄이면서 발효시간을 늘려가며 빵을 만드는 과정을 밟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빵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물, 밀가루, 소금, 이스트, 등.. 다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고 더 과학적으로 풀어서 말하면 밀가루 속의 단백질과 당분을 분해하면서 박테리아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하는 시간이다.
단순 팽창만 시킨 빵은 가장 중요한 재료를 안 넣고 만든 것이고, 싼값에 다양한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가치가 있다 하더라도, 이건 잘 만든 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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