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만들 재료들을 심사숙고해서 선택하고, 반죽과 긴 발효의 시간을 지나, 이제 빵을 오븐에 넣고 경건한 마음으로 구웠다.
그런데 빵이 오븐에서 나와 식으면서 점점 주저앉는다면?.. 내 마음도 같이 무너질 거 같다..
빵을 처음 구워보는 사람들은 아마 이런 경우를 많이 겪을 거라 생각하고
물론 나도 초심자 때 특히 빵이 주저앉는 경우를 꽤 많이 겪었고 도대체 뭐 때문인지 알 수 없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빵의 최종단계인 굽기 이후에 빵의 구조가 무너지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짚어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보도록 하겠다.
1. 덜 구워진 경우 : 이전 과정이 완벽한 경우
반죽으로 글루텐을 잘 잡고, 발효를 잘 시켰다면
문제는 굽기에 있는 걸로 볼 수 있다.
가라앉은 빵을 잘랐는데 만일 빵 속의 반죽이 뭉쳐져 있다면 빵이 속까지 익지 않은 것이다.
이전 글을 보면 알겠지만 오븐스프링 과정에서 빵의 내상은 (준) 액체상태가 되는데 여기서 완전히 익히지 않고 오븐에서 나오면 더 온도가 올라서 굳어야 하는 부분이 뭉쳐서 떡지게 되고 겉에서 보면 뭉친 부분은 가라앉게 된다.
구운 빵의 표면 색이 진하게 났는데도 내부가 익지 않았다면 온도를 좀 더 낮추고 굽는 시간을 늘려야 겉의 구움색은 유지하고 속까지 완전하게 익힐 수 있다.
혹은 차가운 상태의 반죽을 바로 구우면 속이 익는데 까지 오래 걸리게 되어 속이 덜 익을 수 있으니 반죽온도를 16도 이상 올린 뒤에 굽도록 해야 한다.
2. 굽고 나서 빵이 습기를 먹은 경우
이 경우는 식빵이나 브리오슈같이 빵틀에서 굽는 빵들에서 자주 나타난다.
내 경우도 고배합의 브리오슈를 구울 때 자주 무너지는 현상이 생겼다.(다만 나는 1번의 문제로 가라앉았었다)
흔히 빵틀에서 구운 빵의 경우 케이빙현상이라고 해서 빵의 옆면 가운데 부분이 움푹 파인 모양으로 가라앉게 된다.
빵틀에서 구운 빵들을 오븐에서 빼면 바닥에 한두 번 세게 져준다음 렉 위에 올려놓으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다 구워진 빵 내부의 수분을 한 번에 크게 빼내기 위해 하는 것이고 이 과정 이후에는 빠르게 틀에서 빼내 빵틀 안에서 수분을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빵틀에서 구운 경우도 덜 익었을 가능성도 있으니 이는 잘라서 내부를 확인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3. 글루텐 부족
이경우는 굽기가 아니라 이미 반죽단계에서 문제가 생긴 경우라 볼 수 있다.
기존의 레시피보다 지방함량을 지나치게 높거나, 충전물이 많거나, 회분율이 높은 밀가루를 사용해서 반죽을 하는 경우에는 반죽시간을 더 줄려 주거나 글루텐이 끊어지지 않게 조금 더 섬세한 반죽이 필요하다.
반죽단계에서 글루텐이 부족함을 알 수 있는 경우는
반죽이 손에 많이 달라붙거나, 표면이 습해 보이거나, 울퉁불퉁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글루텐이 부족한데 오븐에 반죽을 넣고 구울경우
애초에 2차 발효 시 크기도 잘 안 커졌을 것이고, 오븐에 넣으면 빵크기도 굽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4. 과발효
발효가 너무 많이 진행된 과발효가 된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마 과발효가 된 경우는 빵을 못 보고 장시간 방치해 놓다가 나중에 가서야 문제를 발견한 경우가 많을 것이고
이는 눈으로 보면 아 발효가 많이 됐구나를 거의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발효시키기 전 반죽 표면은 아주 매끈하고 예뻤는데,
과발효가 되면 글루텐강도가 약해져서 표면이 울퉁불퉁해지고 건들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같이 생겼다.
이때 빵에 칼집을 넣겠다고 칼집을 넣으면 바로 빵이 무너져 내리고 오븐에 구워도 크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경우엔 칼집을 넣지 않고 구워야 하며, 평소보다 조금 더 높은 온도에서 구워서 표면을 빠르게 굳혀야 한다.
오븐스프링을 일으키면 오븐 속에서 약한 반죽이 더 늘어나다가 결국 가라앉아 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업소용 성능 좋은 오븐을 사용하면 글루텐을 좀 덜 잡거나, 발효를 좀 덜해도 스팀과 고온으로 오븐스프링을 일으키면 안 부풀 것도 더 많이 부풀긴 하지만,
가정용 오븐은 성능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 반죽과 발효 과정이 비교적 완벽해야 완성도 있게 나온다.
또한 큰 반죽덩어리보다는 크기가 작은 반죽을 여러 개 굽는 게 좀 더 빨리 익히면서 완성도 있는 빵을 만들기 쉽다.
빵이 굽고 나서 주저앉았더라도 위에 적힌 대로
원인은 정해져 있으니 하나씩 대입해 보면서 해결해 나가면 결국 원하는 빵을 만들게 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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