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선택-반죽-1차 발효-분할-벤치타임-2차 발효” 의 긴 과정을 지나면 이제 오븐에서 굽는 일밖에 남지 않게 되고
예열된 오븐에 발효시킨 빵을 넣고 점점 위로 부풀면서 커지는 빵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어떤 날은 반죽과 발효를 정성스럽게 했는데도 오븐스프링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 빵은 어떤 이유로 크기가 커지거나 커지지 않는 걸까?
이번글에서는 발효 이후의 과정인 굽기의 단계 속에서 가장 중요한 오븐스프링의 과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적어보려 한다.
1. 오븐스프링이란?
오븐스프링이란 빵을 굽기 시작해서 보통 10∼12분 사이에 생기는 반죽 크기의 급격한 증가를 말한다. 이때 크기 증가의 원인은 발효속도의 증가와 반죽내부 성분들의 기화에 있다.
일반적으로 오븐스프링은 크기가 커지기까지의 과정을 말하지만 이번글에서는 오븐스프링이 일어나고 빵이 완전히 익기까지의 과정 전체를 포괄해서 설명하려 한다.
복잡한 과정은 아니며, 오븐스프링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으면 각각의 단계에서 반죽과 발효와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빵을 만드는데 조금 더 시야가 넓어질 것이다.
2. 팽창(발효) : 30~50도
상온 발효와 마찬가지로 빵을 오븐에 넣은 뒤에도 발효는 계속된다. 이스트의 발효력은 40도에서 절정에 이르고 그 뒤로 점점 떨어지다가 50도 근처가 되면 사멸한다.
이 단계에선 과발효된 빵을 걸러낼 수 있다. 만약 과발효된 빵이 이 단계를 거친다면, 발효하면서 생긴 가스를 잡아주는 글루텐구조가 약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로 발효하다가 결국 구조가 무너져내려 빵이 납작해지게 된다.
빵을 굽기 전엔 80%만 발효하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다면 이 이유 때문이다.
만약에 과발효된 빵을 살리고 싶다면 원래 칼집을 넣더라도 넣지 않고 구워야 되며, 되도록 빠르게 빵을 굳히기 위해서 좀 더 높은 온도에서 구워야 한다.
3. 연화 : 50~70도
오븐 속에서 추가적인 발효가 끝날 때쯤엔 발효로 생긴 알코올과 유기산들에 의해 글루텐이 연화되고, 높은 온도에 의해 액화되면서 전체적으로 늘어나기 좋은 상태로 변하게 된다.
4. 팽창(기화) : 50~75도
이 시기가 본격적으로 오븐스프링이 시작되는 단계이고 이스트가 사멸한 온도이기 때문에 반죽 속의 여러 성분들의 기화로 인한 팽창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발효로 생긴 탄산가스, 알코올, 유기산과 반죽 속 수분과 기포들이 한꺼번에 팽창하며 크기가 급속하게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반죽과 발효가 충분히 진행됐는지(발효 부족이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다.
발효로 인해 만들어진 성분들이 반죽 안에 최대한 많이 형성된 있는 상태여야 크기가 충분하게 커지는데, 만약 발효가 부족해서 조금밖에 생기지 않았다면 당연하게 크기가 커지지 않는다.
또한 발효시간을 충분하게 줬더라도 반죽이 잘 되지 않아 약간 끈적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면 발효하는 동안 형성된 가스들은 반죽 안에 있지 않고 다 날아가버려 크기가 커지지 않게 된다.
반대로 반죽의 수분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다루기는 힘들지만 반죽과 발효를 모두 완벽하게 해내고 오븐성능까지 받쳐준다면 발효가 조금 덜 됐더라도 낮은 수분량의 빵보다는 더 많이 부풀 것이다.
5. 단백질의 변성 : 60~75도
이제 발효와 기화의 단계를 넘어 조금씩 단백질(글루텐)이 굳기 시작하는 단계로 넘어왔다.
그물망 형태의 글루텐은 세포막의 역할처럼 글루텐조직 안에 탄산가스, 알코올, 수분 및 전분을 품고 팽창하다 점점 수분이 빠지고 결국엔 굳어 빵의 뼈대를 형성하게 된다.
오븐스프링이 잘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발효도 중요하지만 글루텐 형성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발효가 아무리 잘돼서 부산물들을 많이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글루텐 형성이 잘 안돼서 부산물들이 다 새어나갔다면 팽창을 일으킬 요소들이 사라져 버리게 된다.
반대로 글루텐 발달이 너무 많이 돼서 만들어진 탄산가스들이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그때도 오븐스프링이 잘 일어나지 못할 것이고,
굽는온도가 너무 높아서 표면이 먼저 굳어버리면 내부에 오븐스프링을 일으킬 요소들이 많이 있더라도 팽창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6. 전분에 대한 이해 : 60~85도
빵 반죽 내부적으로 오븐스프링에 관여하는 요소들은 발효와 글루텐형성을 위주로 설명하지만 전분에 대해 이해할 필요도 있다.
위 설명에서 글루텐이 빵의 뼈대를 형성하며, 글루텐 조직 안에는 전분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흰 종이에 동그라미를 그린다고 생각해 보면 그 표면이 글루텐이고, 그 속이 전분으로 가득 차있다고 이해하면 되고, 효모는 이 안에서 분해된 당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알코올등.. 여러 부산물을 형성해 낸다.)
글루텐이 빵의 뼈대라면, 전분은 뼈 주변을 채우는 살이다.
전분은 원래 아주 밀도 있는 구조로 수분이 들어올 틈이 없는 구조라 물과 섞는다 하더라도 손상전분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 섞이지 않는다.
이러한 전분도 60도 이상이 되면 그 구조가 조금씩 풀리면서 내부에 수분을 품게 되고, 85도가 되면 전분의 수화가 완료되고 서로 다른 전분구조를 밀어내게 되면서 팽창하게 된다. (=전분의 팽윤)
85도를 지나 점점 온도가 올라가게 되면 전분 안에 있는 수분이 증발하면서 전분이 팽창된 구조로 굳어져
우리가 먹는 빵의 속이 형성된다.
만일 구운 빵을 잘랐는데 빵결이 뭉쳐져 있듯이 덩어리 져있는 경우가 있다면 이는 전분이 수화의 과정을 거친 후 팽창하고 수분이 날아가면서 굳어야 하는데 완전히 굳지 못한 채로 남아 다시 밀도 높은 구조로 돌아가게 되어 생긴 현상이다.(즉 덜 익었다는 소리다)
빵의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하려면 글루텐구조에 대한 이해도 상당히 중요하지만, 전분의 수화와 팽창하는 과정 또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7. 굽기 완료 : ~99도
빵을 계속 굽게 되면 내부 온도는 99도에 가까워지면서 대부분의 수분이 증발하고 단백질이 굳어 빵의 크럼을 형성하게 되고
빵 표면은 140도, 160도가 지나는 시점부터 브라우닝과 마이야르반응에 의해 복합적인 맛을 내는 구음색을 지니게 된다.
오븐스프링이 잘 일어났다면(=반죽과 발효를 잘했다면) 구움 색도 틀림없이 보기 좋게 맛있는 색으로 나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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