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과 다음 글은 앞으로 내가 요리의 길을 계속 걸으면서 맛에 대해 바라보고 업데이트할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게 될 글이다.
요리가 직업이 아니신 분들이 이 글을 보고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요리에 궁금함이 생긴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고, 여러 음식점을 돌아다니시는 미식가 분들에게도 식당을 평가하는 조금의 기준이 돼줄 것이다.
여러 실력 있는 셰프님들은 아마 자기들만의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주방에서 가족을 위해 집밥을 차려주시는 어머님들 중에서도 본인만의 레시피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 스타일과 철학을 좀 더 다양하게 배웠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나로서는 맛에 대한 나만의 길을 더 단단히 할 필요가 있다.
<맛을 만드는 방법의 기본 전제>
- 요리는 연금술이 아니다 : 더하기의 과정이다
- 내가 원하는 맛의 구성을 설계할 수 있어야 된다 : 맛의 주된 방향성 설정
- 조리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구현해야 된다.
- 내가 낼 수 있는 맛의 최대의 각을 만들어야 한다.
•요리는 연금술이 아니다.
나는 어이없겠지만 실제로 요리는 연금술처럼 그냥
단지 여러 가지 있어 보이는 재료, 내 인식 속에 맛있고 좋다고 생각되는 재료들을 섞어서 요리를 하면 다 맛있게 나오는 줄 알았다. 심지어 나는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는 (요리학교가 아닌 일반 경영학과에 다녔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면 그 복잡한 과정들은 모른 채 그냥 뚝딱하고 나오는 게 음식인 줄 알고 살았었다.
요리는 철저하게 목표지향적이고 맛을 더해가는 과정이다
요리뿐만 아니라 양조 등.. 맛을 만드는 다른 어떤 과정들도 예외는 없다. 재료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살려서 여러 가지 재료들의 맛을 벨런스 있게 만들어가는 더하기의 과정이다. 요리에 들어가는 구성 하나하나가 맛있어야 된다.
(맛없는 재료를 여러 가지 섞는다고 맛있는 요리가 나오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맛의 구성을 설계할 수
있어야 된다.
그다음은 내가 원하는 맛의 구성(단맛, 짠맛, 신맛… 향, 접시, 플레이팅, 서비스 과정)들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첫 번째로 어떤 벨런스 유형의 음식을 만들 건지 생각해야 된다.(=메인이 되는 맛을 정하기) Fresh 하고 씁쓸한 벨런스를 줄 건지, 새콤달콤한 벨런스를 줄 건지, 단맛과 감칠맛이 주된 벨런스를 줄 건지, 육향이 진한 벨런스인지 등.. 방향성을 정해야 된다.
(쉽게 말하면 전채요리를 만들 건지 메인 or디저트를 만들 건지 정하는 과정이다.) 그다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요리가 완성됐을 때의 맛의 구성을 머릿속에서 감각적으로 느껴야 한다. (그래서 맛은 감각적인 영역이고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 단계에서 다양한 재료들이 정해진다.
•조리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구현해야 된다.
어떠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맞는 조리법이 존재한다. 재료의 종류, 두께, 신선도 등.. 에 따라 조리하는 구체적인 시간과 방식의 차이가 생기지만 조리법은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파스타면을 너무 퍼지지 않으면서 안에 심지가 씹히지 않고 탄력 있는 식감으로 삶고 (더 정확하게는, 내가 먹는 순간 이런 식감으로 먹고 싶고)
먹을 때 면이 파스타 소스에 잘 붙어있도록 하고 싶다면
면이 건면인지 생면인지, 두께가 어느 정돈지, 끓는 물의 온도가 몇 도인지, 어떤 소스를 사용할 건지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5분 삶고(boiling) 식혀뒀다가 파스타 소스가 준비되면(saute, sweeting, rendering, flambe, steaming, blending, reducing, 등…이 사용됨)
프라이팬에서 면을 마저 익히고 유화(emulsion)를 시키는 다양한 조리법들을 그 순서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물을 부어놓은 후라이팬에서 고기는 볶을 수 없고,
이미 타기 직전인 베이컨에 마늘을 넣는다고 베이컨이 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낼 수 있는 맛의 최대의 각을
만들어야 한다.
섬세한 맛을 내는 경우도 있고 실제 취향이 맛의 크기가 작은걸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요리에선
풍미가 큰 게 맛있고
담백하다는 건 기름기가 없고
입에 걸리는 게 없다는 뜻이지
감칠맛과 향이 낮다는 건 아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강렬하고 자극적이며 맛이 뾰족한 음식이 좋다는 게 아니다. 음식의 전체적인 풍미가 좋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시 1> <예시 2>
짠맛 1 짠맛 3
단맛 3 단맛 5
쓴맛 1 쓴맛 3
예시 1과 2의 경우 맛의 크기가 모두 수치상 2의 차이로 동일하지만 전체적인 크기가 예시 2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 이게 자극적인 거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예시를 감칠맛 향(아로마) 짠맛으로만 바꿔도 이해할 수 있고 콘소메(consomme)처럼 맑은 육수를 마신다고 생각해보자(마치 갈비탕 육수처럼)
육수 맛을 미원으로 뽑은 게 아닌 진짜 뼈와 살코기로 끓인 육수에서 밍밍한 물맛이 나는 음식을 두고
“나도 자극적인 거 말고 나는 섬세한 게 좋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맛이 단순히 강렬해야 된다는 게 아니라 전체 맛의 크기가 크면서 밸런스가 잡혀야 되고 먹고 나서도 속이 편안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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