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맛은 아름다움(미)의 기준과 같다고 생각한다.
절대적인 아름다움과 절대적으로 불편한 영역이 존재하듯, 맛또한 그렇다고 생각하고
나아가 맛을 만드는 만들어내는 사람의 관점으로서 애매한 영역은 추구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맛이라는 객관적인 영역에 취향의 요소를 찾으려 노력한다.
0. 들어가며
사실 맛이 객관적이라는 사실엔 확신하지만 이 영역은 하고 싶은 말도 너무 많고, 맛을 만들어내는 요리사의 입장에서 맛을 연구하고 찾아내려 하다 보니 정립된
경험치가 쌓여야 알 수 있는 듯해서 글쓰기를 한참 망설이다 그냥 한번 써보려 한다.
1. 취향의 영역은 인정한다.
음식은 확실히 취향의 영역이다.
취향은 좋고 싫음의 영역으로 개인이 살아온 경험과, 가치관, 음식에 대한 경험, 타 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 등… 여러 가지 요소들에 의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나뉘게 된다.
여기서 음식은 먹어본 경험이 굉장히 중요해서 지금까지 먹어온 것과 결이 다른 음식을 먹으면 맛이 없다고 느끼기 쉽다.
조미료맛 가득한 짬뽕만 먹다가 심심한 평양냉면을 먹으면 아무런 감흥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 새로운 경험을 정말 맛있는 걸로 하게 된다면 ”맛은 있는데 나는 이거 싫어 “ 혹은 “뭔진 모르겠는데 맛은 있네”라는 말이 나오게 될 것이다.
2. 맛과 향을 분리시켜서 봐야 한다.
여기서부터 조금 더 디테일해지는데, 음식과 술을 먹을 땐 맛과 향을 분리시켜서 생각해야 한다. 취향의 영역은 보통 향에 있다.
강한 해산물 향을 비린맛으로 느낀다던지, 오이를 씹기도 전에 향을 맡고는 이건 절대 싫다 라던지, 민트초코맛 아이스크림을 보고 치약향이라고 한다던지.. 모든 것들은 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렇듯 대부분 향으로 취향이 갈리고 맛은 조금 더 본질적인 영역이다.
3. 맛있다고 느끼는 벨런스는 정해져 있다.
맛에는 여러 가지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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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맛있다는건 무엇인가? : 맛의 구성
[맛에대한 일반적 정의] 맛의 정의를 검색해보면 “음식 따위를 혀에 댈 때에 느끼는 감각” 이라고 나와있다. 우리는 무언가를 마시거나 먹을 때 혀 안의 미뢰에서 맛을 느끼고 그것이 맛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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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맛있다고 느끼는 벨런스는 원하는 맛의 크기에 따라 일정 부분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맛의 크기는 심심한 맛부터~강렬한 맛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고 몇 가지 음식들로 예를 들어 보겠다.
1. 평양냉면
평양냉면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걸레빤물이라고들 한다. 많은 종류의 평양냉면을 먹어보진 못했지만
평양냉면은 맛의 크기가 굉장히 작기 때문에 고기육수를 잘못 끓이게 되면 고기의 비린향이 육수에 쉽게 베이고, 다른 맛들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비린맛이 더 잘 느껴지며 위생상태도 좋지 않을 경우 비린향이 더 강해져 걸레빤물처럼 느껴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맛있게 신경 써서 잘 끓인 평양냉면은 간이나 육향 자체가 심심하더라도 물맛 같지 않을 것이고, 이취라고 불리는 비린향이나 불편한 향들이 전혀 없을 것이다.
2. 달달한 디저트
종종 디저트가 “달지 않아서 좋다”, ”너무 달아서 싫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단맛 자체를 싫어할까? 그런 사람들에게 어떤 과일을 좋아하냐고 물어보고 그때 덜 익은 과일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건 진짜 취향일 수 있다.
다만 잘 익은 과일은 좋아하면서 달지 않은 디저트를 찾는 건 벨런스 없이 너무 달기만 하기 때문이다.
잘 익은 과일이 포함하는 맛은 달달한 당도와, 적절한 산미, 산뜻한 향, 질리지 않게 적절한 정도의 쓴맛 등을 포함한 말이며 잘 만든 디저트 또한 이와 유사한 벨런스를 갖출수록 맛있는 디저트라 불리게 된다.
3. 한우 1++ 스테이크
투쁠 스테이크는 고기 육즙 그 자체이면서 부위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맛의 크기가 큰 편에 속한다.
”맛있는 한점“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는 칭찬 같지만 칭찬의 표현이 아니다.
첫 점은 정말 맛있지만 두 번째 조각부터는 너무 기름지고 물려서 먹지 못한다는 뜻이다.
적절한 소금간과 산뜻한 향, 산미가 있는 가니쉬들을 같이 먹어야 첫 점부터 마지막까지 질리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4. 와인에서 답을 찾다.
예로 든 것들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나는 벨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벨런스란 어떤 형태이고 이것이 규정할 수 있는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해왔다.
같은 음식을 두고 누구는 맛있다고 하고, 누구는 맛없다고 하는 이유가 뭘까 고민을 품고 일하던 중 어느 와인을 마시며 문득 깨달았다.
이 와인은 저렴한 건 아니었고 현재 와인바에 가면 70만 원 내외로 사 먹을 수 있는 정도의 맛있는 와인이었다.
되게 취향과 입맛이 다른 사람 여럿이서 이 와인을 함께 마셨는데, 한 지인이 마셨던 와인의 품종을 안 좋아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맛있다는 말을 하는 걸 보고
“진짜 잘 만들어진, 진짜 맛있는 건 취향을 이겨버리는구나”를 깨달았다.
비싸면 다 맛있지 그럼 맛이 없겠냐 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먹는 온도, 숙성시기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다들 평균 이상은 하겠지만, 정말 맛이 없을 때도 있다.
이 글은 철저히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했던 고민이라
대중적인 글은 아니지만 음식이든 술이든 먹는 걸 만드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은 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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