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에 대한 고찰

1.고기 부드럽게 만들기 : 연육작용

eatp 2023. 2. 6.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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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나 해산물은 대부분 조리를 하더라도 부드럽거나 쉽게 부서지는 식감을 가지지만 육류의 경우에는 대부분 익히면 단단해져서 식감에 불편함을 준다.

물론 종(와규, 이베리코, 흑돼지, 등…), 부위, 지방함량, 나이, 먹이, 활동량, 등에 따라 질긴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스테이크로 자주 먹는 부위인 등심이나, 안심 같은 부위들은 운동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부위이기 때문에 익히더라도 어느 정도 부드럽지만, 다리살이나 엉덩이살처럼 운동량이 많은 부위들은 스테이크처럼 익히면 너무 질겨서 먹기가 너무 힘들다.


이렇게 질긴 부위들을 부드럽게 먹기 위해서는 조리하는 단계뿐만 아니라 조리 이전의 단계에서도 신경 써야 하는 일들이 있어
이 과정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1. 재료를 익힌다는 것의 의미

우선 우리는 육류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어떠한 조리를 할 텐데, 재료를 익힐 때 기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있다.

(1) 재료에 열을 주는 방법 : 전도 복사 대류
(2) 단백질의 변성 : 콜라겐
(3) 재료 속 수분의 상태변화 : 기화
스테이크 같은 부드러운 부위를 익힐 때는 (1)의 열을 주는 방법의 중요도가 가장 높지만, 다리살 같은 질긴 부위를 부드럽게 익힐 때는 열을 주는 방법 외에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더 많아진다.


원래 부드러운걸 부드럽게 만드는 건 쉽지만, 질긴 부위를 부드럽게 만드는 건 부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재료를 익히는 방법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글이 너무 길어져서 다른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고, 조리단계 이전의 연육작용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것들만 골라서 설명하려 한다.

2. 소금 : 염지

소금은 미생물의 활동 저하, 맛의 개선, 글루텐의 탄력성 증가, 등… 다양한 기능들이 있지만 고기를 연하게 하는 연육작용도 한다.


염지의 방식에는 크게 습염법인 브라인(brine)과 건염법인 큐어링(curing)이 있다.


쉽게 말해 소금물에 재료를 넣던지, 직접적인 소금에 재료를 절이는 방식이다. 소금이 연육작용을 하게 되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염지->미오신과 결합->미오신 작용 x->근육이 수축되지 않음-> 수분을 더 머금을 수 있게 됨-> 부드러움

 

 


미오신은 근육수축을 담당하는 단백질중 하나이다.

염지를 하게 되면 소금이 고기 내부로 천천히 침투하면서 미오신의 일부와 결합을 해서 변성(단백질변성)이 일어나고

한번 변성된 단백질은 다시 원래상태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열을 가해 익히더라도 단백질의 완전한 수축이 일어나지 않아 고기가 부드럽게 느껴지게 된다.


다만 1~2% 정도의 소금을 넣을 때의 얘기이고 그 이상의 소금을 넣게 되면 소금이 수분을 너무 많이 빨아들여서 오히려 고기의 겉면이 딱딱해질 수 있다.
(Ex. 연어 그라브락스)



3. 효소작용 : 단백질 분해효소

불고기나 양념갈비를 할 때 과일을 사용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일 중에서도 파파야, 키위, 파인애플, 무화과, 망고 안에는 프로테아제(protease)라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들어있어서 고기의 질긴 근섬유들을 부드럽게 만들고, 특히 파인애플의 경우 브로멜라인(bromelain)이라는 더 강력한 효소가 있어 연육에 더욱 효과적이다.

과일뿐만 아니라 양파같은 채소들에도 과일처럼 강하진 않지만 효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연육작용에 도움을 줄수 있다.

 

 

4. 산성

고기를 마리네리드 할 때 들어가는 재료들 중 하나가 바로 산성을 가지는 재료들이다.


과일에는 효소도 들어있지만 약한 산성을 띄는 경우가 많고 연육을 위한 마리네이드를 할 때 식초나 레몬즙, 와인 등을 넣는 경우도 있다.


산의 경우는 이해가 조금 안 될 수도 있는데, 해산물을 식초나 레몬즙에 버무리는 세비체 같은 경우에는 해산물의 질감이 생물일 때보다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경우는 소금도 마찬가지다.


소금에 염지를 하면 익히기 전의 고기는 수분도 빠져나가고 단백질과 소금이 결합을 하면서 조직이 조금 더 햄처럼 단단해진다.

그러나 막상 그 고기를 익히고 나면 염지를 하지 않은 고기보다 더 부드럽다. 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산에 버무린 해산물이 단백질 변성이 일어나 단단해졌지만 익혔을 때는 더 부드러울 것이다.

 

 

 

5. 연육기

이 방법은 화학적인 반응을 하지 않으면서 제일 빠른 시간 안에 고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여러 개의 칼날을 가진 연육기를 가지고 고기 전체에 균일하게 칼집을 내면서 근섬유 다발들을 끊어주는 것이다.


고기에 칼집을 넣는다고 고기 안의 육즙이 빠로 빠져나온다거나 조리 후 더 퍽퍽할 거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빠르게 익기도 하고 근섬유들이 수축을 칼집을 낸 만큼 덜 하기 때문에 익힌 후에 수분감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특히나 큰노력을 들이지 않고 돈까스를 부드럽게 만들수 있는 방법이 연육기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다만 얇은 고기에 너무 많은 칼집을 내면 형태를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적당한 수준으로 칼집을 내주면 된다.



부드러운 식감의 고기를 위해 이 같은 4가지 단계를 모두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청 질긴 고기라면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소금, 과일, 식초등을 사용하는 것은 연육뿐만 아니라 사용한 재료들의 맛을 같이 넣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맛들을 원치 않는다면 조리이전의 연육작용은 최소한으로 하고 재료를 익히는 과정을 통해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다음글에서는 재료를 익힐 때 생각해야 할 것들을 부드럽게 고기를 익히는 법과 엮어서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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