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에 대한 고찰

반죽 하루전에 만들기 : 저온숙성(오버나이트)과 저온발효

eatp 2023. 6. 22.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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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빵을 매일같이 만들고 굽는 업장이 아니기에 빵을 반죽해 놓고 급한 일이 생기거나, 2차 발효까지 다 해놨지만 구워서 먹기엔 애매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반죽을 냉장에 넣어놓곤 하는데, 이걸 오버나이트법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저온발효라고 해야 할까?

이번글에서는 오버나이트와 저온발효의 개념효과,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반죽을 냉장고에서 보관할 때 어떤 식으로 얼마나 보관해야 되는지 적어보려 한다.

두 가지 방법 모두 빵반죽이 냉장에서 긴 시간 있다는 점은 똑같지만 디테일하게 뜯어보면 차이가 있다.


1. 오버나이트(저온숙성)

(1) 오버나이트의 개념

오버나이트는 발효가 완료된 반죽을 냉장고에 12시간 정도 “숙성”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때 우리는 발효와 숙성의 차이를 알고 있어야 하는데,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면 효모(이스트)가 활동하면 발효이고, 효모가 활동하지 않으면 숙성이다.

즉, 발효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얼지 않는 온도인 0~5도 사이로 냉장보관 하는 것이 오버나이트이다.


(2) 오버나이트의 목적

제일 큰 목적은 반죽을 다음날까지 보관하기 위함이다.

1차 발효 후 완전 저온의 냉장고에 반죽을 숙성시키면
밀가루가 반죽 안의 수분을 충분히 흡수해서 반죽의 신장성(길게 늘어지는)을 좋게 하고, 긴 시간 동안 효소의 활동을 도와 빵의 풍미를 더 좋게 만든다.

사워도우의 경우엔 2차 발효를 포함한 모든 과정을 완료한 후 오버나이트를 하는데, 이는 회분이 높은 밀가루(T65, T55등..)를 사용하면 반죽이 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반느통(발효바구니)에서 차갑게 보관하여 모양을 유지시킨 후 굽기 위함이고 크러스트가 더 좋아지는 효과도 있다.(물론 감칠맛도 더 좋아진다)

다른 글들에서 여러 번 말했지만 감칠맛은 단백질이 작은 단위인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당이나 다른 아미노산들과 결합해서 생겨나는데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 중 하나가 효소작용이다.

육류를 드라이에이징 하는 이유도 얼지 않는 온도에서 긴 시간 숙성을 통해 단백질을 분해해서 치즈와 같이 녹진한 맛을 내기 위함이다.


(3) 현실에서의 활용하는 방법

오버나이트는 1차 발효만 하고 냉장에 넣어놓기 때문에 “당일은 시간이 없고 다음날 여유로울 때” 사용하기 좋은 방법이다.

당일은 반죽 후에 1차 발효만 진행 후 냉장에 넣고, 다음날 분할-중간발효(벤치타임)-2차 발효-굽기의 남은 과정은 다음날 진행하게 된다.

이때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반죽은 너무 차갑기 때문에 분할 전에 상온에 잠시 꺼내서 냉기를 뺀 후에 분할 이후의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2. 저온발효

(1) 저온발효의 개념

반면에 저온발효는 효모의 활동이 멈추지 않고 천천히 발효가 진행되는 10~18도 사이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 발효시키는 걸 말한다.

보통 빵을 발효시키는 최적의 온도는 27이라고 얘기하는데, 낮은 온도에서 발효를 하다 보니 좀 더 긴 시간 발효를 하게 된다.


(2) 저온발효의 목적

저온발효의 효과는 오버나이트와 비슷하게 반죽의 수분흡수를 좋게 하고, 오랜 시간 효소활동을 통해 감칠맛이 올라가는 등 풍미를 좀 더 줄 수 있으며, 반죽 전체 온도가 균일하게 유지돼서 구조(기포)가 균일하게 형성된다.

또한 박테리아(균)의 한 종류인 초산균이 활동하는 온도가 18도 이기 때문에 반죽의 산미가 조금 더 발달될 수 있다.


(3) 현실에서의 활용방법

저온발효의 온도를 보고 느꼈을 사람도 있겠지만 가정집 냉장고가 10~18도로 설정된다면 웬만한 재료들은 너무 빨리 상해서 며칠만 지나도 버려야 될 것이다.

즉, 가정에서 사용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는 방법이다. (온도를 5도로 설정해 놓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 발효가 될 수도 있겠다)

겨울철 상온에서 저온발효를 하거나, 완전히 찬 얼음물을 넣어 반죽해서 발효시간을 길게 가져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정하는 때가 아니면 사용할 경우가 거의 없다.


3. 혼동가능한 유사한 개념 : 오토리즈

오토리즈의 경우엔 반죽만 어느 정도 진행해 놓고 바로 냉장에 보관하는 방법이다.

보관이라는 큰 목적은 같지만 오토리즈의 경우엔 반죽의 수화를 통한 반죽시간 단축, 반죽의 산화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프랑스 밀가루나 통밀로 반죽을 하는 경우엔 밀가루의 표면이 거칠어서 반죽을 하면서 글루텐이 손상된 반죽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에 따라 반죽온도가 올라가 반죽이 빠르게 산화될 위험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밀가루와 물을 탄가루가 없을 때까지만 섞어놓고 최소 1시간, 최대 24시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다.

물과 밀가루가 만나면 손으로 치대지 않아도 글루텐이 어느 정도 형성이 되고, 밀가루가 가진 효소가 활성화되어 밀가루 속의 전분을 발효에 사용할 수 있는 당분으로 분해해서 입자가 큰 밀가루를 사용하는 빵의 발효를 좀 더 원활하게 할 수 있게 해 준다.


4. 건강한 빵을 위한 노력

사실 빵을 만들기 위해 위의 개념들을 모두 알고 있을 필요는 없다.

다만 내가 생각할 때 집에서 빵을 만들면서 오버나이트나 저온발효, 오토리즈 같은 개념들을 알기 위해 이곳저곳 검색을 하고 공부하는 분들은 좀 더 맛있고, 소화가 잘되는 건강한 빵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다음날 일을 좀 덜어줄 뿐 자신이 신경 써야 하는 작업의 총시간은 더 길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단순히 팽창만 시킨 빵보다는 맛도 키우면서, 먹고 난 뒤에 속까지 편한 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많아져야 단순히 인테리어와 빵의 모양만 예쁘게 만들어서 파는 게 아닌 진짜 자기만의 관점으로 더 좋은 걸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가게가 조금이라도 더 주목받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글을 본 모든 분들을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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